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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숙제 다 했니?”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녀석들이 머리가 커가면서 엄마가 숙제 검사 하면 대충 대충 하는 습관이 생겨서
요새는 우리 집의 군기 반장인 제가 숙제를 직접 챙깁니다.
“그럼요”
모처럼(정말 모처럼) 미리 숙제를 해 두었는지 녀석들의 목소리가 우렁찹니다.
“그럼 새로운 숙제를 내줄테니 밥 먹기 전 까지한다”
아이들의 얼굴이 갑자기 시무룩해집니다.
“에이... 뭔데요?”
“‘매미의 우화’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자료를 찾는거지“
“우화요? 우화가 뭔데요?”
“이런 무식한 놈들! 그것도 몰라?
우화(羽化)란 말야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탈피해서 나오는 과정’을 말하는 거야”
아까 낮에 미리 인터넷 검색을 해서 용어를 알아두고 아는 체를 좀 했지요.
“저녁밥 먹고 양재천 가서 매미 우화과정을 관찰 할거야, 알았지?”
아이들의 눈이 다시 초롱초롱해집니다.
인터넷에서 아이들과 함께 찾은 매미 우화과정에 대한 간단한 지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우화의 최적기는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까지이다.
2. 매미의 애벌레는 대부분 한 곳에 모여 서식하기 때문에 이미 말매미가 우화하고 나서
남겨놓은 매미허물이 많이 발견된 지역이면 백발백중 매미의 우화를 관찰할 수 있다
3. 말매미가 많은 곳은 자작나무나, 사시나무, 수양버들, 벚나무, 라일락이 많은 곳 등이다.
4. 말매미의 우화는 해가 지고 난 뒤인 7시∼8시 사이에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5. 보통 우화가 시작되어 끝나는 데까지는 두 시간 정도가 걸린다.
6. 준비물 : 전등(랜턴), 카메라, 카메라 후레쉬, 삼각대, 면장갑
저녁을 먹고 카메라와 손전등을 하나씩 가지고 양재천 변의 나무줄기를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준비한 지식대로 우화하고 남은 허물이 많은 곳을 집중적으로 뒤졌고 아이 엄마가
결국 한 녀석을 발견하였습니다.
일단 발견 즉시 재빨리 삼각대를 설치하고 한 컷.
꾸물꾸물 거리며 뒤뚱뒤뚱 나무기둥을 올라가는 애벌레.
각질이 너무 두꺼워서인지 녀석의 걸음은 영 둔해보였고 속도도 빠르지 못했습니다.
등에 뭔가 있어서 혹시 벌써 날개를 펴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자세히 보니 모기 한 마리가
등에 앉아 있었습니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더니...
녀석은 모기를 등에 진 채로 나무를 기어올랐는데 전진만 하던 녀석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그러더니 몸을 좌우로 조금씩 흔들어대더군요.
‘아! 이제 탈피를 하려고 몸과 껍질을 분리시키려고 하는 행동이구나’ (PM 9:45)
긴장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이들과 엄마가 다급하게 저를 부릅니다.
가보았더니 다른 매미가 우화를 마치고 날개를 말리고 있더군요.
탈피의 프롤로그로 생각하고 미리 몇 컷을 촬영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까 그 매미에게 돌아왔는데 원래 있던 위치에서 30cm정도 아래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앵? 설마 후진한 것은 아닐 테고 아마 몸을 흔들다가 바닥에 떨어져서 다시 올라왔나봅니다.
그런데...
아까하고 뭔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마에 혹 같은 것을 붙이고 있죠?
그 사이에 누가 한 방을 날린 걸까요?^^(PM 10:16)
그런데 차도방향으로 찍다보니 사진의 아래쪽에 붉은 빛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재빨리 녀석의 우측으로 카메라를 위치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와보니 뭔가 또 달라져 있습니다
눈이 보이죠?
수염도 보이고 푸르스름한 날개도 비춰 보입니다.
오른쪽 어깨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끙~~~!’
서서히 힘을 쓰고 나오려고 합니다.
팔이 잡혀 있으니 답답해 보이죠?(PM 10:24)
방향을 돌려서 다시 한 컷.
생긴 것이 마치 가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껍질이 심하게 찟어져 있군요.
다시 원래의 위치로 와서.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저도 몸에 힘을 줘봅니다.
‘힘내라, 힘! 힘내라 힘! 젖 먹던 힘까지...’(PM 10:26)
잠시 과정을 보죠.
 (PM 10:35)
벌러덩.
완전히 뒤로 벌러덩 누웠습니다
자, 이제부터가 더 멋집니다.
날개를 펴는 과정입니다.
날개가...(PM 10:52)
펴지면서...
몸을...
앞으로...
앞으로...
앞다리로 껍질을 잡았습니다.
아직 다는 아니지만 날개도 많이 펴졌습니다.
거의 다 빠졌죠?
아니, 엉덩이가 아직 남았군요.(PM 10:57)
자, 엉덩이가 나왔습니다
엉덩이 나오면서 이 녀석의 몸이 아래로 내려갔군요.
카메라 앵글을 아래로 내려봅니다.
이제 날개도 완전히 펴졌습니다.
하지만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꼬리부분은 아직도 뒤로 말려있습니다.(PM 10:59)
좀 더 의젓해 졌지요?
사진발 잘 받으려고 몸을 카메라 쪽으로 돌려주기도 합니다.^^(PM 11:20)
모든 과정이 끝났군요.
이제 날개를 말리고 나면 새벽녁에 힘찬 날개 짓을 하며 날아오를 겁니다.
내일부터 양재천 산책을 가서 매미 울음소리를 듣게 되면 이 녀석이 떠오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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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우화(羽化) - 연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