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오스트리아 여행 때 알프스 산맥을 하얗게 덥고 있던 에델바이스는
아직도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고귀한 흰 빛'이라는 뜻을 가진 에델바이스는 그 이름처럼 눈부시기만 하였다.
지금까지 에델바이스라는 꽃은 우리나라에 없는 외래종으로만 알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그 꽃을 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나의 지식으로는 그랬다)
이름하여 '솜다리'. 우리 산에서 피어나는 에델바이스의 우리나라 이름이다.
지난 6월 5일(토) 저녁 7시.
8명으로 이루어진 인디카 야생화 탐사팀은 솜다리 촬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강원도의 00산을 향해 부푼 가슴을 안고 떠났다.
목표지점이 해발 1430m의 높은 봉우리여서 아침 일찍 산을 오르지 않으면 내려오는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산 아래 민박집에서 잠시 잠을 청하고 새벽부터 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약 네 시간 동안 눈을 붙이고 새벽 6시 경 아침식사를 했다.
운동량이 많을거라 생각되어 많이 먹어 두어야 하지만 좀처럼 밥이 잘 들어가지를 않는다.
이번 산행에는 어린이가 한 명 끼어 있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내 아들 최지윤.
우리 부자는 몇 년 전 부터 아빠와 아들, 단 둘만의 여행을 해 왔는데
이번에는 아빠와 야생화 탐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힘든 코스인 줄은 알지만 이 녀석은 꼭 솜다리를 자기 눈으로 보고 싶고
카메라에 남겨 두고 싶다 해서 탐사 대장의 허락을 받아 동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험한 산을 오르다가 힘들다고 도중에 포기해 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선다.
단순히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고 이 곳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찾아내고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카메라와 렌즈 세개를 포함해서 기타 잡다한 장비들과 튼튼한 삼각대 그리고 김밥과 음료수,
간식 등을 준비해야 해서 베낭무게만 해도 두 어께를 짖누른다.
간단하게 장비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본다.
자, 이제 준비 완료, 출발!
탐사대장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한다.
등산은 민박집 옆의 등산로를 따라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건 보통 등산이 아니다.
너무 경사가 급해서 자꾸만 미끄러지고 초반부터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우리의 거친 숨소리가 새벽잠에 들어있는 고요한 산의 적막을 조금씩 깨워나간다.
약 30분 정도 올라가니 절벽 사이로 탁 트인 공간에 폭포가 하나 보인다.
그리고 폭포 옆 깍아지르는 절벽에 핀 하얀 꽃.
400mm 망원 렌즈로 당겨서 찍어보았으나 너무 멀어서 이름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대열이 흐트러질 것을 우려해서 미리 단체사진을 찍어두었다.
잠시 땀을 식히고 계속되는 산행.
‘둥글레’는 이제 꽃을 접고 열매를 맷으려 한다.
‘금마타리’는 커플을 이루어 행진을 하는 듯하고
하얀 ‘은대난초’도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꽃봉우리를 접고 있다.
산에서 자라는 ‘산마늘’.
마늘은 별로 좋아하지만 꽃만은 예쁘게 피어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능선을 넘어갈 즈음 ‘물참대나무꽃'이 우리를 반긴다.
그리고 눈처럼 하얀 꽃을 피운 ‘눈개승마’와
바위틈의 작은 꽃 ‘산골무’도 피어있고
꽃 색깔이 감자를 닮은 ‘감자난초’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듯 서로를 의지하고
줄기가 꿩의 다리처럼 얇고, 작고 예쁜 꽃을 피운 ‘꿩의다리아재비’.
심한 갈증으로 타는 목마름을 적시기 위해 배낭에서 물을 찾아 마시고 나니 근처에 또 다른 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아닌 ‘산꿩의다리’와
‘산앵도나무’.
그리고 종처럼 생긴 꽃을 가진 ‘세잎종덩굴’도 밝은 빛을 받아 환하게 피어있었다.
‘큰앵초’는 지금까지 본 어느 것보다 깨끗해서 필름, 아니 메모리 아까운 줄 모르고 원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 높아 보이던 고지가 서서히 가까워온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고지 근처에는 ‘바람꽃’이 홀로,
또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외로움을 달랜다.
아들놈도 뭔가 평상시 보지 못한 풍경과 꽃들을 보고는 열심히 꽃을 찾아 셔터를 눌러댄다.
그곳 에서는 나팔(‘붉은병꽃’)들이 우리의 정상 입성을 반기려 빵빠래를 울려주고
깊은 산중의 장미라고 일컬어지는 ‘붉은인가목’도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 하다.
"곤니찌와?"
정상 근처에는 그 곳만의 특별한 꽃이 있게 마련.
보라색을 한 ‘난쟁이붓꽃’도 모진 바람을 견디며 피어있고
‘범의꼬리’ 군락도 장관을 연출한다.
정신을 잃고 수없이 많은 야생화를 사진에 담고 있는데 아들놈이 나를 부른다.
"아빠 이것 보세요. 이 꽃은 뭐죠?"
"난 잘 모르겠다. 그냥 제비꽃 같은데...제비꽃은 워낙 종류가 많아서…"
옆에 있던 다른 분을 불렀다.
"뭡니까?"
"햐~~~, 이거 ‘장백제비꽃’ 아이가. 이거 엄청 귀한 꽃인데..."
백두산에서나 볼 수 있다는 ‘장백제비꽃’이 아들놈의 레이다에 잡힌 것이다.
다들 우르르 몰려들어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흐뭇해 하는 아들놈.^^
서서히 귀한 꽃들이 보이나 보다.
지지할 곳없는 절벽에 간신히 몸을 걸터앉고 피어있는 ‘세잎종덩굴’은 딱딱한 바위틈에서 그 몸을 지지하기가 힘들어 보이고
‘청분비나무’와
‘고사목’은는 오랜세월을 그랬던 것처럼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거센 바람에 당당하게 맞서있다.
솜다리를 찾아 바위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팀원중 한 명이 귀엽고 앙증맞은 하얀꽃을 발견한다.
이름하여 '기생꽃'.
솜다리와 함께 깊은산 바위틈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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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나지도 않았습니다.
예쁘게 화장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달콤한 말로 유혹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처음 본 그 짧은 순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그 한송이.
하지만
그녀를 그곳에 두고와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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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에 정신이 팔려 한참을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정신을 차리고 먼 곳을 쳐다보니
저게 뭐냐?
솜뭉치에 둘러싸인 고귀한 모습.
흰 빛이 눈부신 햇살을 받고 바위틈새로 흘러나와 나의 망막을 두드린다.
이어서 들리는 나의 심장 고동소리...
둥둥둥...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솜다리...
바로 솜다리였다.
팀원들이 어떻게 솜다리를 카메라에 담는지 잠깐 보자.
위험천만...^^
이렇게 어렵게 찍은 솜다리 몇 장.
<솜다리>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솜다리는 에델바이스(고귀한 흰빛)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고산지대와 시베리아, 히말라야, 알프스산의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세계적인 희귀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보송보송한 솜털을 유독 많이 달고 있다. 이것은 물 보관창고로 낙타 등의 혹과 같은 구실을 한다.
높은 곳에 사는 만큼 햇볕을 좋아하고 햇볕을 좋아하는 만큼 갈증 또한 많이 느끼기 때문에
솜털 사이사이에 물을 보관하고 삶을 가꾸어 간다.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
좋은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산길에 회원중 한 분의 발목이 부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
이 일로 우리는 두시간 반 동안 산 속에서 고립되어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
약 11시간 동안의 어려운 산행에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아빠를 따라 야생화를 찾아 다닌 아들이 대견스럽기만했다.
솜다리(에델바이스)를 만나다
